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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LOVE_LOVE_ 2020. 2. 9. 04:45

공교롭게도 기정이 담배를 숨겨놓은 곳은 화장실 천장이었다. 기정은 똥물이 역류하는 변기통 위에 앉아 바로 위 천장 뚜껑을 열고 지폐 몇 장을 쑤셔 넣은 담배곽을 꺼냈다. 좆 같은 화장실 구조덕에 다행히 담배는 젖지 않아 두어번만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기택과 기우는 집안에 쓸만한 물건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보였지만 기정에게 이 집안에서 챙길 만한 물건은 없었다. 집안을 채운 오수는 퍼붓는 빗물로 빠르게 차올랐다.

기정은 변기위에 쪼그려앉아 담배를태우며 다송의 집에서 기우가 한 말을 생각했다. 기우는 기정이 욕조에서 목욕하던 모습보고 이 집에서 오래 산 것마냥 부잣집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했지만 기정은 주제파악을 할 줄 알았다.
좁아터진 화장실은 오수로 가득 차 마치 거대한 욕조처럼 보였다. 이 욕조 안에서는 동익이 말한 특유의 냄새를 절대 씻을 수 없다.

기정은 무심한 것인지 체념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담배를 폈다. 그리고 씻어낼 수 없는 냄새를 차라리 담배연기로 덮어버리려는 듯 몇 개비 남지 않은 담배를 모두 피우고서야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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