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기정이 담배를 숨겨놓은 곳은 화장실 천장이었다. 기정은 똥물이 역류하는 변기통 위에 앉아 바로 위 천장 뚜껑을 열고 지폐 몇 장을 쑤셔 넣은 담배곽을 꺼냈다. 좆 같은 화장실 구조덕에 다행히 담배는 젖지 않아 두어번만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기택과 기우는 집안에 쓸만한 물건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보였지만 기정에게 이 집안에서 챙길 만한 물건은 없었다. 집안을 채운 오수는 퍼붓는 빗물로 빠르게 차올랐다. 기정은 변기위에 쪼그려앉아 담배를태우며 다송의 집에서 기우가 한 말을 생각했다. 기우는 기정이 욕조에서 목욕하던 모습보고 이 집에서 오래 산 것마냥 부잣집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했지만 기정은 주제파악을 할 줄 알았다. 좁아터진 화장실은 오수로 가득 차 마치 거대한 욕조처럼 보였다. 이 욕조 ..
우치하 이타치를 처음 만난 날을 생각한다. 그의 나이 12살 때의 일이다. 나는 그리고 이 닌계는 그런 12살의 소년에게 다정할 만큼 상냥한 곳은 못되었다. 게다가 ‘그’ 우치하 이타치라면. 그는 어린 나이에도 고상하게 보였다.나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사람의 외양과 나이는 그자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눈앞의 소년이 무엇 때문에 제 손으로 일족을 몰살시키고 마을을 뛰쳐나왔는지, 어떻게 좀 전까지 제 친족의 피를 온 몸에 뒤집어쓰고 있던 자의 얼굴이 이렇게나 고요할 수 있는지 같은 것들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스스로를 수다스럽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와 함께 있을 때면 말이 많아졌다. 그는 상대가 무안하리만치 과묵한 편이어서..
오비토랑 카카시가 싸웠다. 전투 능력치 상으로 카카시보다 한 수 아래인 오비토는 마지막 수단을 쓰기로 했다. 뭐라는거야 미친놈이 너랑 섹스안한다고 카카시는 오비토를 졸라 못미더운 눈으로 흘겨봤다. 정신못차리고 해달랄땐 언제고 제깟게 어떻게든 이겨먹을려구 섹스가지고 으름장을 놓는 꼴이 황당했다. 야, 막말로 안하면 니가 아쉽지 내가 아쉽냐? 카카시는 저 새끼가 말을 번복하기까지 하루가 안걸릴거라고 장담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카카시는 사실 좀 놀랐다. 그리고 자기가 심하게 잘못한게 있는지 곰곰이 돌아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긴 그렇게까지 잘못한게 없었다. 근데 씨발... 오비토가 진짜 섹스를 거부했다. 사실 거부라는 말도 웃겼다. 카카시는 제가 먼저 오비토한테 섹스하자고 한 적이 없었..
그 순간 오비토는 불현듯이 깨달았다.지금껏 카카시가 해온 모든 것들이 누군가가 이 기만을 알아차려주길 바라고 해온 암시였고 그가 이걸 깨닫고 기만에 대한 분노로 자신을 학대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오비토는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오비토를 쑤셔왔던 날선 말과 행동들이 사실은 카카시 스스로에게 주던 모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비토는 확신했다.이제 카카시는 오비토에게 있어 무엇보다 만족스런 장난감이 될 것이다. 카카시는 제 속이 발가벗겨진 줄도 모르고 끝까지 아닌 척 했다.재수없는 얼굴이었지만 오비토는 그래도 이 모든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전능한 신이 자신만을 위해 꾸며놓은 무대처럼 느껴졌다. 카카시는 그 반반한 낯짝을 벗기고 본래의 추한 얼굴이 드러나면 금방이라..